스즈메의 문단속
- 평점
- 8.8 (2023.03.08 개봉)
- 감독
- 신카이 마코토
- 출연
-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마츠모토 하쿠오, 소메타니 쇼타, 이토 사이리, 하나세 코토네, 하나자와 카나, 카미키 류노스케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서 실망한 부분을 백 퍼센트 충족시킨, 최근 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좋았던 작품.
일본 사람들에게 가장 아픈 기억일 동일본 대지진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다룬 애니메이션이 나올 줄이야. 그 절망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긷어 올릴 수 있다면, 그렇게 모든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면...이라는 창작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절망적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언어, 역사, 국적을 초월해 공유하는 그 집단적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보듬고, 같이 손잡아줬다.
무엇보다도 가장 불편했던 부분, 묘하게 여성 캐릭터가 '대상화'되는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다. 주인공 캐릭터를 여자로 바꾸면 되는 거였어! 스즈메가 소년이 아닌 소녀가 됨으로써 같은 것들을 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감독이 추구했던 소년 소녀의 로맨스를 이전 영화에선 사랑하는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소년의 절박함으로 이끌어갔다면, 이번에는 사랑하는 그뿐 아니라 모두를 구하고 싶은 소녀의 의지가 이끌어간다. 그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개봉 전 논란이 되었던 스즈메와 소타의 로맨스. 스즈메는 고등학생, 소타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 미성년자와 성인의 로맨스를 그린다는 걸로 트위터에서 꽤 말이 많았는데, 이것도 한방에 불편함을 해결하더라. 바로 소타를 의자로, 그것도 귀여운 세발 노란의자로 변신시킨 것이다. 나는 의자로 변한 소타가 어쩔 수 없이 스즈메와 함께 '다이진'을 찾아 나설 때 정말 무릎을 쳤었다. 동행하는 건 맞는데 그건 또 아니고, 애정 표현을 하는데 그건 또 아니고, 암튼 묘한 경계를 이렇게 한 가지 장치로 넘나드는 게 정말 새로웠다.
어제 오늘 일본애니메이션을 세 편 봤는데 두 편이 기대에 못 쳤다면 이 영화는 기대를 뛰어넘은 만족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