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의 흥행에 대한 방구석 덕후의 짧은 잡소리
나조차 까먹고 있었지만 내 본진은 영화/드라마다. 요즘 뜨개인의 삶을 사느라 영화보단 넷플릭스, 넷플보단 유튜브에 더 몰입중이지만 이런 상황에선 본진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덕후의 진정한(넘어가자)
<파묘>의 기세는 예견할 수 있었다. 언론시사회에 모인 기자들이 너무, 너무너무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극장에 이 정도의 오락성 있는 영화가 흔치 않았다. <파묘>의 후반부가 기대와 달라서 좀 아쉬웠지만, 나의 호오를 미뤄두고 이 정도로 ‘덕후와 머글 모두에게 뛰어놀 공간을 주는’ 작품은 오랜만이었다. 영화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공을 두고 이런저런 분석은 많지만, 결국 ‘오컬트 김찌 잘 끓이는’ 장재현 감독이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만들며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덕심과 대중성 사이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타협한 결과가 관객에게 어필한 것이라 본다.
2024년에 첫 천만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일단은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850만 언저리는 갈 것 같은데, 그쯤 되었을 때 어떤 사건이 있어서 천만을 찍을 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그 답을 <서울의 봄>에선 찾을 수 없다. <파묘>와 <서울의 봄>의 흥행 추이는 비슷하지만 그 안에서 관객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라 느끼는 지점은 다르다. 두 영화는 서사의 밀도, 연기 스타일, 연출 스타일, 기술적 요소, 마케팅 전략과 평론의 한마디도 같은 게 없다. (유일한 공통점은 촬감이 이모개 감독이라는 것.) 다만 어느 지점에서 관객에게 어필하고 관객이 그에 크게 수긍한다면, 그들이 직접 흥행을 이끈다. 이러면 배급과 마케팅, 영화 관련 미디어와 영화 평론인력은 무엇를 해야 할까. 나는 이 현상에서 무엇을 데이터화하고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야 할까.
아직 천만 열풍은 끝나지 않았다. <범죄도시 4>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믿고 보는 마동석과 믿고 보는 시리즈. 이번에도 제대로 김치찌개 끓여왔을 거라 본다. 좋은 날에 다들 극장으로 나들이 가겠네. 천만 관객을 못 모아도 상관없다. 가성비 좋은 영화인 만큼 손익분기 훌쩍 넘기며 돈을 쓸어담을 것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천만 영화가 여러 편 나온다고 해서 극장이 살아나고 한국영화가 부흥하진 않는다. 한 영화가 1달 반~2달을 “지배하는” 사이 주목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상영을 마친 영화들과, 여전히 창고에 쌓여 개봉일 확정만 기다리는 영화가 많다. 이것들을 뒤늦게 발견하고 콘텍스트를 부여하여 관심을 끌어야 한다. 영화의 생명을 어떻게 연장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