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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년, 경경일상 - 넷플릭스/티빙 중드 감상

The Winter Moon 2024. 9. 17. 21:15

몇 년마다 한 번씩 중국드라마를 보는 사이클이 돌아오는데, 한드 미드 영드 다 보기 싫은 때 오는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나 뜨개 하면서 볼 것들 중 그나마 '익숙'하고 '길게 볼' 것들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것저것 찍먹해 보니 나는 사극을 좋아하고, 그중에서 일반 고장극(권력, 암투, 로맨스)을 무협극(강호 고수), 선협극(신선과 마족의 등장, 세계멸망 어쩌고) 보다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취향으로 골라본 최근 본 중국드라마들의 짧은 리뷰. 

 

경경일상

로맨스 고장극 | 백경정, 전희미 주연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천하가 9개 주로 나뉘고 '신천주'가 군림하는 세계에서, 신천은 화친의 의미로 나머지 주에서 왕자들의 비빈이 될 공녀를 들인다. 하지만 일부일처제가 기본인 제천 출신의 이미는 이를 용납할 수 없고, 어떻게든 고향으로 돌아가려 궁리할 때 신천의 6소주(6번째 왕자) 윤쟁의 눈에 띄게 된다. 다른 소주들에 비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윤쟁은 평범한 농민 가정 출신의 이미를 선택하며 이미가 제천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윤쟁은 이미에게 첫눈에 반했고, 이미 또한 윤쟁에게 점점 빠져든 거. 두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러 어려움을 헤쳐가며 가부장적이고 여성의 인권이 낮은 신천의 보수적인 왕실에서 보기 힘든 정다운 부부이자 왕실의 미래를 이끌 일원으로 함께 성장한다. 

 
(천성장가가 내려간) 지금 넷플릭스에서 중국드라마를 단 하나 추천한다면 주저없이 <경경일상>을 선택할 것이다. 발랄하고, 정갈하고, 달콤하다. #선결혼후연애 코드에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정말 달달하다. 또한 이미의 관점에서 보면 굳센 성장 스토리이고, 윤쟁의 관점에서 보면 달콤한 로맨스이고,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작지만 크게, 발랄하지만 강력하게 기존의 관습을 뒤엎는 변화의 이야기다. 특히 이미와 함께 입궁한 다른 주의 공녀들과 이미 왕실 가족이 된 여인들이 자신에게 가해진 압력에 대항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잘 그려진다.

연인 백경정(윤쟁 역)과 전희미(이미 역)가 연기를 잘 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두 배우를 알게 되었는데, 다른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해지더라. 물론 다른 배우들도 정말 재미있는데, 그중 이 드라마의 코믹한 순간을 담당한 3소주 윤인(류관린 분), 5소주 윤치(창륭 분)가 인상 깊다. 두 사람은 작품을 몇 개 보다 보면 감초 역할로 자주 출연하는 걸 볼 수 있다.

 

도화년

로맨스 고장극 | 조금맥, 장릉혁 주연 | 넷플릭스, 티빙

황제를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던 장공주(황제의 동복누이) 이용은 관계가 소원해진 남편 배문선과 같은 날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은 이용이 18살, 배문선이 20살이던 혼인 직전으로 돌아간다. 부부는 서로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왔음을 알게 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용은 이번 삶에서 배문선과 '협력 관계'로만 머물려고 하지만, 이용을 사랑하고 자신의 인생까지 바치려 한 문선은 이번에는 부인과 어긋나지 않으려 노력한다. 두 사람은 건국 후 100년 동안 권력을 장악한 권문 세가와 이들에게서 권력을 되찾으려는 황제의 충돌이 빈번한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며, 이용의 동생인 이천을 황제에 옹립하고 그가 폭군이 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그러면서 지난 인생에서 그들이 했던 오해와 이용의 죽음 뒤 진실을 파헤쳐 간다. 

 
부부가 함께 타임슬립해버린 상황이 벌어진 로맨스 고장극. 도도한 공주로 태어나 권력을 좇고 이성에 기댄 선택만 해온 평악공주 이용과, 이용을 사랑하지만 오해를 풀지 못한 채 아내를 놓쳐버린 부마 배문선에게 두 번째 기회가 생기고, 이들은 다시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몸은 20대, 마음은 50대인 부부의 웃지 못할 제2의 인생 살기... 보다는 권력 다툼의 중심이 된 똑똑한 공주와 공주를 위해 책사부터 행동대장까지 모든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일편단심 부마의 활약이 중심이 된다고 보면 된다. 두 주연 배우, 특히 장릉혁이 '연기'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는 아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괜찮은 편이다 (<영안여몽>보다 연기를 좀더 편하게 하는 느낌이다.)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사건은 좀 후루룩 지나가는 편이지만, 첫 인생과 새 인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용의 복잡한 감정을 따라가는 게 계속 시청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용-배문선보다 더 애절한 서브남주 소용경의 이야기도 완주한 지금 더 많이 기억에 남는다. 

중화TV에서 얼마 전 최종화가 방송되어서 현재는 티빙에서 중화TV 버전으로 완결까지 감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 한국 서비스도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