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풍도, 화간령 - 티빙/웨이브 중드 찍먹 감상
몇몇 년마다 한 번씩 중국드라마를 보는 사이클이 돌아오는데, 한드 미드 영드 다 보기 싫은 때 오는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나 뜨개 하면서 볼 것들 중 그나마 '익숙'하고 '길게 볼' 것들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것저것 찍먹해 보니 나는 사극을 좋아하고, 그중에서 일반 고장극(권력, 암투, 로맨스)을 무협극(강호 고수), 선협극(신선과 마족의 등장, 세계멸망 어쩌고) 보다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취향으로 골라본 최근 본 중국드라마들의 짧은 리뷰.
장풍도
로맨스 고장극 | 백경정, 송일 주연 | 티빙, 웨이브
아버지의 첩실에게 핍박받던 포목상의 적장녀 류옥여와 양주 제일 부잣집의 철없는 도령 고구사는 구사의 짓궂은 장난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부모 때문에 억지로 혼인한다. 지옥 같은 집에서 벗어난 옥여는 시부모님의 응원에 힘입어 고씨 가문에서 장사를 배우며 후계자로 발돋움하고, 구사는 옥여의 다그침과 응원을 받으며 망나니 생활을 청산하고 학문에 매진한다. 양주에 전란의 기운이 닥치고 가문이 위험해지자, 구사와 옥여는 고씨 가문의 재산을 국경 지역 유주로 옮기고 그들도 천신만고 끝에 유주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부부는 유주 절도사 범현과 장군 주고랑의 눈에 들고, 의형제를 맺은 주엽, 옥여의 친구 엽윤과 옥여와 혼담이 오갔던 엽세안 남매, 도적 출신으로 개과천선한 심명 등과 함께 전란에 휩싸인 유주를 지키고 반역자를 처단하며 공을 세운다. 하지만 양주 시절부터 구사를 노린 낙자상과 젊은 나이에 공훈을 세운 구사의 활약을 경계한 이들은 음모로 구사와 옥여를 위험에 빠뜨리려 하는데...
<위장자> 이후에 처음 본 송일, 그리고 <경경일상>으로 눈에 들어온 백경정의 드라마. 소설 <가환고>를 원작으로 세상의 변화와 시련을 함께 이겨내며 위대한 사랑을 완성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40부작을 여러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양주 시절, 유주 귀순 시절까지는 굉장히 재미있으나 두 사람이 공을 세우고 도성에 입성하면서 흥미가 살짝 떨어진다. 그래도 그 전까지 사건도 재미있고 옥여와 구사 부부가 선결혼 후연애 하는 알콩 달콩도 로맨틱하다. 두 부부와 인연을 맺은 캐릭터들도 인상적이다. 감독과 자주 작업했던 장예(주엽 역), 이흔택(심명 역), 장호유(엽세안 역), 류학의(낙자상 역) 등 다양한 배우들을 이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잘생긴 미친놈을 연기한 류학의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이렇게 예스럽게 잘생긴 배우가 나타난 거지? 찾아보니 연기 잘하고 잘생긴 걸로 유명한 배우였다. 그래서 아래 작품을 보기로 했다.
화간령
로맨스, 미스터리 고장극 | 쥐징이, 류학의 주연 | 웨이브, 티빙, MOA
뛰어난 인재로 이름을 높인 반월은 10년 전 가족의 몰살과 함께 사라진 약혼자 앙채미를 애타게 찾고 있다. 마침내 화양에서 채미를 찾은 반월은 얼굴에 큰 흉터가 생긴 그녀를 설득해 혼인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채미는 식을 앞두고 반월을 짝사랑하는 상관지의 계략에 얼굴을 바꿔치기당한다. 그런데, 채미가 된 상관지는 그날 밤 살해되고, 반월은 신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다. 약 한 달 후, 군주의 약혼자가 된 반월은 채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기 위해 화양 현감으로 돌아오고, 상관지가 된 채미는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반월을 의심하며 그의 옆에 있기 위해 자신을 써달라고 조른다. 두 사람은 4대 문파가 장악한 화양에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며 4대 문파의 횡포와 그들의 뒤에 있는 세력, 이른바 '물결무늬 조직'의 정체를 밝혀간다. 그러면서 채미는 반월에 대한 의심을 풀고, 반월은 상관지(모습을 한 채미)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며 혼란을 느낀다.
'고장극 여신' 쥐징이와 현대극보다 고장극이 더 어울리는 류학의가 만났는데, 로맨스보다 사건 수사 과정이 더 인상적인 드라마가 나왔다. 두 사람의 관계와 로맨스에 관심이 많다면 "얘들은 일만 하고 연애는 언제 하니?"라고 할 만큼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어차피 두 사람은 정혼한 사이이고, 판따런은 채미를 못 잊어서 지상 끝까지 쫓아갈 인간이라 간질거리는 로맨스의 맛은 크게 없다. (오히려 서브커플인 탁란강(이가양 분)과 백소생(오가이 분)의 로맨스가 후반부에 도드라진다.) 반월을 의심하다가 믿게 되는 채미와 (채미의 모습이 보이는) 상관지를 도와주면서 혼란을 느끼는 반월의 모습과 감정 널뛰기는 전반부에 압축되어 있다. 그런데 각 개별 사건이 재미있고, 큰 이야기로 몰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쥐징이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고, 류학의의 연기도 좋았는데, 어딘가 묘하게 안 맞는 느낌이다. 두 사람의 스타일이 확실히 다른데 연출로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느낌? <화간령>을 본 사람들 다수는 초반 2회 양채미의 본모습을 연기한 정합혜자와 류학의의 연기합이 잘 맞다고 평가하고, 나도 이 부분은 동의한다. 류학의와 정합혜자가 언젠가 다른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봤으면 좋겠다.
더하기. 순애보의 주인공 류학의라니. 내가 알던 낙자상이 아니잖아! 그를 외쿡 팬들에게 각인시킨 수많은 악인 캐릭터와 완전 동떨어진 게 너무 웃기다. 역시 이분은 피땀이 베이스에 피폐한 인생을 좀 살아주셔야 한다. 그래서 <춘화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