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나이트
- 평점
- 6.5 (2021.08.05 개봉)
- 감독
- 데이빗 로워리
- 출연
-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새리타 커드허리, 에린 켈리먼, 랄프 이네슨, 케이트 디키, 배리 케오간, 숀 해리스
(최초작성 2021.8.7)
제목이나 원작(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 때문에 기사가 나오는 활극 어쩌고를 생각한다면 이 영화 보면서 꾸벅꾸벅 졸지도 모른다. 액션 블록버스터 아닙니다.
인간의 명예욕은 꼴불견이고 기사도는 얄팍하다. 사람은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너무나 비겁하고, 그걸 덮기 위해 화려한 거짓말로 치장한다. 영화는 외면하고 싶은 인간 본성을 중세 설화를 가져와 풀어낸다. 보면서 욕심쟁이 겁쟁이 주인공에 혀를 쯧쯧 차는 날 발견한다. 주인공이라는데 너무 주인공답지 않잖아! 라고.
상징이 너무 많다. 안그래도 처음 볼 때는 이미 있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힘들어하는 내게 장면마다 쏟아붓는 건 너무 힘들다. 이야기를 따라간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해설을 듣고 싶었는데 코시국이라 행사도 거의 없다. 재관람을 언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프로덕션 퀄리티가 미쳤다. 촬영, 미술, 어이없을 만큼 좋은 VFX, 그리고 음악! 중세음악과 사이키델릭을 모두 품은 스코어는 예술이다. 캐스팅도 정말 좋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아저씨가 왜 여기서 나와?), 베리 키오건, 션 해리스 등 연기파 배우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데브 파텔의 원맨쇼다. 야망은 가득한데 비겁하고 찌질한 가웨인을 정말 잘 소화했다.
<그린 나이트>를 이야기하며 데이빗 로워리 감독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지. 그의 전작 <고스트 스토리>를 봤을 때 내 표정은 딱 😬 이거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생각하면서도 또 보고 싶은? 감정의 잔상이 머리와 가슴을 채우는? 그런 영화였다. <그린 나이트>는 <고스트 스토리>보다 백배는 쉽다. 전작에 비해 액션도 많고, 지루한 부분도 없고, 무엇보다 <고스트 스토리>와 비교하면 하고 싶은 말을 대놓고 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 이 표정이 되는 건 변함이 없지만, 한 번 보고 로워리가 무슨 이야길 하고 싶었는지 알 만큼은 쉬워졌다. 그가 선택한 방법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길 바란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워서. 130분만 투자하면 올해 최고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