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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노이즈

The Winter Moon 2022. 12. 10. 17:04

 

 
화이트 노이즈
불확실한 세상에서 사랑과 죽음, 행복의 가능성이라는 인류 보편의 수수께끼와 씨름하는 동시에 일상적인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려 애쓰는 오늘날 미국 가정의 모습을 그린다. 웃기지만 섬뜩하고, 시적인 듯 허황되며, 평범한 일상과 종말론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는 작품.
평점
6.5 (2022.12.07 개봉)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아담 드라이버, 그레타 거윅, 돈 치들, 래피 캐시디, 샘 니볼라, 메이 니볼라, 조디 터너-스미스, 안드레 3000, 라르스 아이딩어, 알렉산드로 니볼라, 마이크 개서웨이, 매튜 쉬어, 프랜시스 쥬

 

대체 이게 무슨 영화인가. 난 뭘 본 건가.

잭 글래드니는 한 대학의 교수이자 히틀러 연구로 유명한 학자다. 그는 금발의 매력적인 여성 바벳의 남편이며, 자신의 자녀와 바벳의 자녀, 자신과 바벳 사이의 아들까지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이다. 어느 날, 예기치 못한 기차와 화물차 충돌 사고로 '공기 중 독극물 사건'이 벌어지고, 잭은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죽음에 대한 공포를 실체적으로 느낀다.

이렇게 적어놓았지만 영화 진짜 특이했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말만 하고, 대화의 주제는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튄다. 아마도 1980년대일 듯한 저 시대의 일상 풍경은 무섭기까지 했다. 물론 위험한 상황은 맞지만 저렇게 멋들어진 대사와 방백까지 동원하며 그릴 만한 심리적 변화인가 싶고요. 암튼 죽음에 대한 공포, 배신감과 질투 등에 사로잡혀 거하게 사고 친 주인공들은 마지막에 꾸지람(?)을 듣는데, 그게 감독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 듯하다.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너무너무 어지러웠지만.

'굳이 이렇게까지?'란 생각을 밀어놓고 영화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일단 각본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대사가 너무 많은데 대부분이 밑도 끝도 없다. 그게 어느 순간 영화의 제목처럼 '백색 소음'으로 느껴진다. 뒤로 갈수록 노이즈가 줄고 인물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구성하기도 했다. 근데 연출이 더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슈퍼마켓 풍경과 잭 글래드니의 히틀러 프레젠테이션,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모는 차가 길게 늘어선 도로 등. 다 알만한 것들이고 (모습은 달라도) 직접 경험해 본 것들인데 그렇게 찍어놓으니 느낌이 또 다르더라.

아담 드라이버와 그레타 거윅의 연기도 좋았다. 아담 드라이버는 이제 바움백의 페르소나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던져주는 건 다 잘한다. 아, 이 영화엔 돈 치들(알아볼 수 있다), 안드레 벤자민(...읭?), 조디 터너 스미스(네?) 등이 출연한다. 조디 터너 스미스는 목소리도 알고 얼굴도 아는데 영화 안에서 끝까지 못 알아봤네. 잭과 바벳의 아이들 중 하인리히와 스테피 역의 샘 & 메이 니볼라는 남매로, 배우 알레산드로 니볼라(디스오비디언스)와 에밀리 모티머(뉴스룸)의 자녀다.

영화는 극장 상영 후 이달 말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이다. 근데 넷플릭스로는 안볼 것 같다. 이런 건 극장에서 못 나가도록 묶어놓고 관람해야 하는 영화다. 안 그러면 한 시간도 못 보고 탈출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