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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The Winter Moon 2023. 1. 26. 11:53
정이
“저희는 윤정이 팀장의 뇌 데이터로 이 전쟁을 끝낼 최고의 전투 A.I.를 만들겁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지구는 폐허가 되고 인류는 우주에 새로운 터전 ‘쉘터’를 만들어 이주한다. 수십 년째 이어지는 내전에서 ‘윤정이’(김현주)는 수많은 작전의 승리를 이끌며 전설의 용병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되고, 군수 A.I. 개발 회사 크로노이드는 그녀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A.I. 전투 용병 개발을 시작한다. 35년 후, ‘정이’의 딸 ‘윤서현’(강수연)은 ‘정이 프로젝트’의 연구팀장이 되어 전투 A.I. 개발에 힘쓴다. 끝없는 복제와 계속되는 시뮬레이션에도 연구에 진전이 없자,크로노이드는 ‘정이’를 두고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이를 알게 된 ‘서현’은 ‘정이’를 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전투 A.I. 정이, 연구소를 탈출하라!
평점
6.3 (2022.01.01 개봉)
감독
연상호
출연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이동희, 한우열, 엄지원, 윤기창, 이가경, 신민재, 박충환, 김선혁, 이현균, 박소이, 전정일


1월 말에 보고 늦은 감상 쓰기. 내용은 생략한다.

요소요소는 뜯어보면 나쁘지 않은데 모아놓으면 불균질 한 영화…라는 표현이 제일 적합한 듯하다. 어디서 많이 본 요소를 잘 가져온 것 같은데 마무리가 영 개운하지 않은. 그럼에도 연기나 연출이 좋은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고 관습적 결론을 거부함으로써 우리에게 메시지(또는 생각할 거리)를 준 것도 맞다.
 
강수연 배우의 연기 톤이 다른 배우들의 톤과 잘 어울리지 않은 점이 좀 아쉬웠다. 이는 누가 잘했다 못했다 할 게 아니라 연기의 톤이 한쪽에 맞추지 않은 연출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했다. 김현주 배우의 연기는 언제나 그렇듯 훌륭하다. 특히 액션 연기는 거의 연기 2막을 열어젖힌 것처럼 매우 강렬하다. 외국에도 몇 없다는 감정연기 액션연기 다 되는 배우다. 앞으로 이런 캐릭터 더 많이 해주셨으면.
 
그런데 내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걱정하고 우려한 부분은 따로 있다. 이 영화가 극장에 걸렸으면 별점 테러를 당하면서 "역대급 쓰레기"라는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게 아니다. 요즘 일반관객마저 영화가 불호이면 평소보다 워딩을 1.5배는 세게 쓰니까.) 그런데 이게 넷플릭스 영화라서, 작은 화면으로 "부담 없이" 보는 영화이니까 군데군데 보이는 구멍은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매체의 성격이 작품의 밀도를 결정한다는 건 알겠다. 빡빡한 작품이 언제나 좋은 작품인 건 아니니까. 하지만 매체의 성격이 작품의 질을 결정한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조금만 더 깊을 순 없었을까? 그럼 어려웠을까? 대사를 다듬고 캐릭터를 더 다듬어서 짧은 시간에도 입체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선보일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 시청자가 복잡하다고 평가할까?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어차피 극장 개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만들면 되는 걸까?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아졌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는 참 보면서 허무한데 매번 찾아보게 되는 게 있다. 세계관이 너무 매력적이고, 서툴고 빈틈 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일침'이 꽤 세게 들어와서 그런 듯하다. <정이>의 세계관도 정말 마음에 든다. 이 세계관에서 충분히 다른 이야기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한 편만 하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