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 평점
- 6.3 (2022.01.01 개봉)
- 감독
- 연상호
- 출연
-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이동희, 한우열, 엄지원, 윤기창, 이가경, 신민재, 박충환, 김선혁, 이현균, 박소이, 전정일
1월 말에 보고 늦은 감상 쓰기. 내용은 생략한다.
요소요소는 뜯어보면 나쁘지 않은데 모아놓으면 불균질 한 영화…라는 표현이 제일 적합한 듯하다. 어디서 많이 본 요소를 잘 가져온 것 같은데 마무리가 영 개운하지 않은. 그럼에도 연기나 연출이 좋은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고 관습적 결론을 거부함으로써 우리에게 메시지(또는 생각할 거리)를 준 것도 맞다.
강수연 배우의 연기 톤이 다른 배우들의 톤과 잘 어울리지 않은 점이 좀 아쉬웠다. 이는 누가 잘했다 못했다 할 게 아니라 연기의 톤이 한쪽에 맞추지 않은 연출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했다. 김현주 배우의 연기는 언제나 그렇듯 훌륭하다. 특히 액션 연기는 거의 연기 2막을 열어젖힌 것처럼 매우 강렬하다. 외국에도 몇 없다는 감정연기 액션연기 다 되는 배우다. 앞으로 이런 캐릭터 더 많이 해주셨으면.
그런데 내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걱정하고 우려한 부분은 따로 있다. 이 영화가 극장에 걸렸으면 별점 테러를 당하면서 "역대급 쓰레기"라는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게 아니다. 요즘 일반관객마저 영화가 불호이면 평소보다 워딩을 1.5배는 세게 쓰니까.) 그런데 이게 넷플릭스 영화라서, 작은 화면으로 "부담 없이" 보는 영화이니까 군데군데 보이는 구멍은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매체의 성격이 작품의 밀도를 결정한다는 건 알겠다. 빡빡한 작품이 언제나 좋은 작품인 건 아니니까. 하지만 매체의 성격이 작품의 질을 결정한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조금만 더 깊을 순 없었을까? 그럼 어려웠을까? 대사를 다듬고 캐릭터를 더 다듬어서 짧은 시간에도 입체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선보일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 시청자가 복잡하다고 평가할까?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어차피 극장 개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만들면 되는 걸까?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아졌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는 참 보면서 허무한데 매번 찾아보게 되는 게 있다. 세계관이 너무 매력적이고, 서툴고 빈틈 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일침'이 꽤 세게 들어와서 그런 듯하다. <정이>의 세계관도 정말 마음에 든다. 이 세계관에서 충분히 다른 이야기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한 편만 하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