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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르 본문
- 시간
- 수 00:00 (2022-10-05~)
- 출연
- 디에고 루나, 제너비브 오라일리, 스텔란 스카스가드, 아드리아 아르조나
- 채널
- 디즈니+
드디어 다 봤다!!
사실 작년에 다 보려고 했지만 실패. 왜 그렇게 집중을 못했는지는 계속 보니까 알 것 같았다. 요즘 1회부터 빵빵 터지는 드라마만 보다 보니 오랫동안 빌드업하는 드라마는 초반에 나가떨어질 위험이 크다. 나도 아마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안도르>는 볼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안도르>는 그 애정과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제다이도, 시스도, 포스와 선문답 같은 대사도, 다스베이더나 루크 레아 남매도 없지만 그 어느 스타워즈 영화보다 잘 만든 이야기다.
생존이 우선이고, 가족을 찾는 게 그다음이었던 청년 카시안 안도르가 어떻게 반란군 최고의 스파이가 되어가는지를 그렸는데, 카시안이 영화처럼 멋있는 캐릭터로 등장하길 바랐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다. 정말 '얼렁뚱땅'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 없을 정도로 안도르가 영웅이 되는 길에는 대의 따위가 애초에 없다.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자신의 행동이 은하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거나 세상을 떠나는 걸 무력하게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잃고 내가 어렵게 구축한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남은 건 두 갈래 길 뿐이다. 같이 무너지거나, 아니면 무너뜨린 자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 올려주거나. 카시안은 <로그 원>을 본 모두가 예상했듯이 양손으로 제국을 제대로 엿먹이기로 결심했다.
<안도르>는 <로그원>과 <스타워즈> 4~6편의 이야기가 벌어지기 몇 년 전을 배경으로, 나날이 심해지는 제국의 압제에 맞선 반란군 점조직의 활약을 그린다. 여기엔 루선처럼 배후에서 모든 일을 조종하는 인물이 있고, 몬 모스마처럼 권력과 정치게임을 하면서 뒤에선 반란군의 자금을 지원하는 이도 있다. 벨처럼 철없는 귀족 아가씨와 반란군 행동대장의 이중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네믹, 시스템의 부당함을 깨닫고 저항한 나키나 5의 수감자들 등, 평범하지만 뜻은 꺽지 않은 이들이다. 이들 모두가 매우 선하고 고결하다고 할 수 없다. (안도르는 도둑이자 범죄자였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고 그들의 상황에 공감한다.
반면 제국의 시스템 안에서 개인의 영달과 안녕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그저 일이기 때문에 시민들을 과잉 통제하고 사람을 고문하며 수감하고 감시한다. 그런데 그들마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정보군 장교 데드라 미로는 유일한 여성 정보 장교로서 누구보다 더욱 맹렬하게 일하고 인정받으려 하지만, 그의 활약은 오히려 제국의 압제를 강화시킨다. 다른 장교들은 미로의 활약을 질투하고 시기하면서 충성 경쟁을 일삼는다. 반면 시릴 칸은 처음엔 '저놈이 빌런인가' 했는데, 어느 순간 인정욕구를 충족하지 못해 방황하는 상찌질이이자 스토커가 되어버린다.
<안도르>는 인간의 존엄성을 앗아가는 거대 악에 대한 저항이자, 암울한 시대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스타워즈의 낯선 우주 배경과 용어에 대한 두려움을 버린다면 우리가 살면서 많은 곳에서 접했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낸 것 같다. 당장 <암살>에서 돈 때문에 사건에 휘말렸다가 어쩌다 독립운동가가 된 하와이 피스톨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캐릭터는 입체적이지만 공감 가고, 스토리는 잘 짜여 있으며, 곳곳에 등장하는 연설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제국'이라는 거대 악을 다른 스타워즈 영화처럼 다스베이더나 펠퍼틴처럼 한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악의 시스템으로 보게 만들고, 그걸 흔들고 무너뜨리는 것은 흩어져 있었지만 어느 순간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임을 깨닫게 한다.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가만있자 내 죽창이 어딘가 있었는데... (주섬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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