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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본문
- 평점
- 8.8 (2022.11.23 개봉)
- 감독
- 안태진
- 출연
-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 안은진, 조윤서
소현세자의 독살설을 언급한 실록의 한 줄을 바탕으로 한 팩션 사극. 병자호란을 거치며 왕으로서의 권위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인조와 인질로 잡혀간 청나라에서 오히려 호의를 얻고 돌아온 소현 세자가 어떤 사이였을지는 역사책과 수업 시간에 자주 언급되었다. 영화는 여기에 '낮에는 빛 때문에 볼 수 없고 밤엔 빛이 적어 볼 수 있는' 주맹증 침의를 집어넣었다.
잘 만들었다. 일단 편집이 최근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훌륭했는데, 특히 유해진은 이런 연기까지 잘하면 어떡하나 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연출도 좋았고, 프로덕션 퀄리티도 훌륭했다. 전체적으로 서늘한 것이 마음에 들었고, 플롯이 전환되는 지점에서 정말 깜짝 깜짝 놀랐다.
근데, 묘하게 재미가 없다. 아니, 재미가 없다기보단 어느 시점에서 극에 빠져들기가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숨도 못 쉴 만큼 집중헤서 봤을지 몰라도, 나는 어느 순간 뭔가에 탁 걸린듯 더 이상 깊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왜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보고도 못 본 척을 고수했던 경수가 모든 걸 보고 외치는 변화를 겪는 게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가슴으로는 와닿지 않아서? 이미 역사를 알기 때문에 인조의 업보가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전 앞이 배경인 마지막 장면에서 맥이 풀려버렸기 때문일까?
상영관을 나와서 "이야기는 재미있었는데 그래서?"라는 물음이 자꾸 머리속을 떠다닌다. 메시지를 대놓고 말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그만큼 촌스러운 것도 없고). 근데 영화를 곱씹고 이것저것 생각하게 하려면 내가 일단 영화에 빠져야 하는데, 그러기가 힘들다.
월요일에 감독과의 대화 회차가 있어서 예매했는데, 영화 봤으니 됐다 싶어서 취소했다. 언젠가 이 영화에 대해 궁금해지면 인터뷰나 리뷰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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