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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작풍류, 낙유원, 성락응성당 - 티빙/웨이브 중드 찍먹 리뷰 본문
몇 년마다 한 번씩 중국드라마를 보는 사이클이 돌아오는데, 한드 미드 영드 다 보기 싫은 때 오는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나 뜨개 하면서 볼 것들 중 그나마 '익숙'하고 '길게 볼' 것들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것저것 찍먹해 보니 나는 사극을 좋아하고, 그중에서 일반 고장극(권력, 암투, 로맨스)을 무협극(강호 고수), 선협극(신선과 마족의 등장, 세계멸망 어쩌고) 보다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취향으로 골라본 최근 본 중국드라마들의 짧은 리뷰.
작작풍류
로맨스 고장극 | 풍소봉, 경첨 주연 | 티빙, 웨이브
여성이 과거를 보고 관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강남 거부의 서녀 모칠은 호적을 고쳐 '모작화'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보려 한다. 다른 유생들처럼 작화도 후원자를 찾는데, 그때 마침 전쟁 영웅이자 황제의 동생인 정왕 유연과 인연을 맺는다. 수많은 군공 덕에 영향력도 크고 그만큼 적도 많은 정왕은 잔머리를 살살 굴려가며 자신을 모실 기회를 얻으려는 작화의 행동을 지켜보고, 작화가 탐화(3등)로 과거에 급제하자 그를 자신의 세력으로 거둔다. 작화가 여러 자리를 거치며 관리로 성장하는 동안 작화와 정왕은 서로에 대한 깊은 감정을 품는다. 하지만 여성이 혼인을 하면 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법 때문에 두 사람은 평생 함께하지만 혼인은 하지 않기로 한다. 한편, 병약한 황제가 세상을 떠나고 일황자 유침이 황위를 물려받자, 조정에서 새 황제의 강력한 후원자인 정왕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 시대 여성들과 다른 삶을 꿈꾸던 여인이 커리어와 사랑 모두 쟁취하는 과정을 그린 달콤한 로맨스 고장극. 미친 미모로 여전히 고장우상극 주연을 맡는 경첨과 <녹비홍수>의 '고서방' 풍소봉이 주연을 맡았다. 둘 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호흡은 척척 잘 맞았다. 목소리가 더빙인 게 아쉬울 정도였다 (둘 다 못하지 않는데 왜죠?). 현대극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주익연이 대황자 유침 역을 맡아서 입덕부정기부터 가슴 아픈 짝사랑까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메인 커플만큼, 아니 오히려 메인커플보다 더 강력한 유가공주(왕려군 분)와 심경홍(서해교 분)의 러브스토리도 볼만하다. 전체적으로 슴슴하지만 진도는 쑥쑥 잘 나가는 편이라 밥친구로 자주 돌려본다.
낙유원
로맨스 고장극 | 경첨, 허개 주연 | 티빙, 웨이브
대장군 손정이 황제를 죽이고 반란을 일으키자, 변방을 지키던 황손 이억(십칠랑)은 진서군을 이끌고 손정의 군대와 맞선다. 그는 정탐 업무 도중 최가군 소속의 하 교위와 마주치고, 그와 경쟁하거나 협력하면서 눈앞에 닥친 위협에서 벗어난다. 영리하고 전략적이지만 과감하게 행동하는 면에서 많이 닮은 이억과 하 교위는 서로에게 호감을 품지만, 언제 전세가 뒤바뀌어 내일 적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함께 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길 뿐이었다. 이억의 부친이 새롭게 황제가 됐음을 선언하고, 이억은 손정을 물리치면서 강력한 후계자로 급부상한다. 이억은 하 교위에게 청혼하지만, 최가군의 후계자인 '최림'이 사실 여성이며 그게 하 교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두 사람은 살벌한 정치 싸움 사이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작작풍류>가 재미있어서 선택한 경첨의 다른 고장극. 겨울달이 꼽는 '취향을 뛰어넘는 미남' 중 한 명인 허개가 경첨과 호흡을 맞췄다. 지략이 뛰어나고 행동력도 강한 두 남녀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꿈꾸던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이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몸고생도 마음고생도 참 많이 한다. 둘 다 최소 한 번씩 죽을 뻔한 건 기본이고, 살아남으려면 처절한 전투부터 궁중 암투까지 모두 이겨내야만 한다. 그래도 이억과 최림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모든 것을 헤쳐나간다.
경첨을 보려고 이 드라마를 고르긴 했지만 사실 허개 이야기만 할 것 같다.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뜻. 요즘 <도시남녀의 사랑법(승환기)>와 <니비성광미려>에서 역대급 비주얼을 뽐내고 있지만, 만약 허개의 고장극 속 비주얼 1등을 뽑으라면 단연 <낙유원>일 것이다. 원래 잘생긴 건 알았지만 <낙유원>의 잘생김은 '힘을 좀 많이 줬구나' 싶을 만큼 충격적이다. 그리고 연기도 지금까지 봤던 허개의 고장극 중 제일 좋았다. 이억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도 크지만, 배우도 액션부터 격한 감정 연기, 로맨스 연기까지 꽤 잘 소화했다. 이 드라마에서 유달리 많이 우는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순간 '그렇지, 이런 연기에서 비주얼은 이렇게 쓰는 거지.'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성락응성당
선협 로맨스 | 진성욱, 리란디 주연 | 티빙, 웨이브, 모아
인간계 왕의 쌍둥이 딸 청규와 야담은 태어날 때부터 천계와 침연계(마계)로 시집가기로 결정됐다. 동생 야담은 재앙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언니 청규가 가장 소중하다. 그래서 언니의 혼인 상대인 현상신군 유금이 반드시 죽을 것임을 알고는 혼인을 막으려 하고, 그러다가 침연계 3황자 조풍의 음모를 알게 된다. 조풍은 야담이 침연계로 와 자신의 속셈을 폭로하는 걸 막으려고 혼인 당일 가마 속 신부를 바꿔치기하고, 그렇게 침연계 태자비가 되어야 할 야담은 천계의 천비가 되고, 천비가 될 교육을 받았던 청규는 침연계 왕자들의 권력 쟁탈전 한가운데에 떨어진다. 서로를 위해 당분간 바뀐 것을 비밀로 한 두 사람은 특유의 매력으로 천계와 침연계를 사로잡는다. 야담은 유금의 잔혹한 운명을 알고도 그를 좋아하게 되고, 청규는 신부 바꿔치기의 범인이 조풍인 걸 모른 채 마음을 연다.
<유수초초>에서 리란디가 너무 귀여워서 시작한 <성락응성당>은 천계, 마계, 수계, 인간계를 오가는 선협 로맨스다. 사실 주요 배우들은 리란디 제외하고 모두 처음이고, (그 유명한 <동궁>을 보지 않았다.) 오히려 연출을 맡은 주예빈(<영안여몽>, <석화지> 등) 때문에 조연 배우들 얼굴이 더 익숙했다. 전체적으로 발랄하고 유치한 부분도 많은데 쑥쑥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리란디와 진성욱이 연기를 잘하는 편이라 야담과 유금이라는 캐릭터가 뻔한 듯하면서도 뻔하지 않게 그려진다. 청규 공주 역의 하선림은 요즘 여러 숏드라마의 주연으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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