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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여몽, 장월신명 - 티빙/웨이브 중드 찍먹 감상 본문
몇 년마다 한 번씩 중국드라마를 보는 사이클이 돌아오는데, 한드 미드 영드 다 보기 싫은 때 오는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나 뜨개 하면서 볼 것들 중 그나마 '익숙'하고 '길게 볼' 것들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것저것 찍먹해 보니 나는 사극을 좋아하고, 그중에서 일반 고장극(권력, 암투, 로맨스)을 무협극(강호 고수), 선협극(신선과 마족의 등장, 세계멸망 어쩌고) 보다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취향으로 골라본 최근 본 중국드라마들의 짧은 리뷰.
영안여몽
로맨스 고장극 | 백록, 장릉혁, 왕성월 주연 | 티빙, 웨이브
황후 강설영은 반역으로 세상이 뒤집힌 가운데 자신의 삶을 후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 황후가 되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설영은 자신이 욕심낸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소중한 사람들을 살리려 한다. 그러면서 과거 잠깐 인연이 있던 태자소사(태자의 스승) 사위와 끊임없이 얽힌다. 전생의 사위를 역모 주동자로 기억하는 설영은 그와 얽히는 걸 최대한 피하려 하면서 친구 연림과 연씨 가문의 멸문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고고하고 강직한 관리 장차를 응원하며, 전생에 악연으로 시작한 장공주 심지의와 소중한 우정을 쌓는다. 새로운 삶을 살면서도 여전히 전생의 감정을 떨치지 못한 설영은 연림의 마음을 거절하고, 장차와의 인연도 포기한다. 하지만 진실보다 비밀이 더 많아 보이는 사위가 설영에게 감정을 드러내고, 사위가 오랜 시간 동안 고통받으면서 품었던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된 설영의 마음도 그에게 흔들린다.
중드 다시 시작하면서 거의 처음 본 드라마인 것 같다. 역시 회귀+약간의 궁중암투+역하렘 등 좋아할 만한 코드는 다 들어간 드라마. 게다가 다들 비주얼은 왜 이렇게 좋으신지. 요즘 참 잘생긴 배우들 많네 허허 하면서 봤다 (연기를 잘하는가, 그건 개별 문제이고요.) 로맨스 고장극이라고 하기엔 2/3 정도까진 로맨스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설영이 안전하고 조용하게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실패하)는 과정이 더 잘 그려진다. 그 사이에 짝사랑을 거절하고, 첫사랑도 정리한다. 사위와 설영이 끊임없이 얽히다가 로맨스로 발전하는 과정은 설영보다는 사위에게 집중해야 이해가 된다. (설영에겐 진실을 아는 시기가 없다면 이 감정 자체가 날벼락일지도.)
전체적으로 결말도 마음에 들고, 캐릭터도 다들 잘 어울리고(다시 말하지만 연기를 잘 하는가는 별개다), 눈도 심심하지 않아서 생각날 때마다 돌려본다. 이걸 보고 난 후에 백록, 장릉혁, 왕성월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게 아래의 드라마를 보길 결정한 이유다.
장월신명
선협 로맨스 | 라운희, 백록 주연 | 티빙, 웨이브
선자 려소소는 마신의 손에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와 동료 선자들의 희생을 뒤로하고 500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마신이 '될' 인물, 담태신을 막으려 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려소소는 성국 엽가의 둘째 딸 엽석무의 몸에 들어갔는데, 석무는 엽가에 인질로 머무르던 경국 왕자 담태신과 우연한 사건으로 억지 혼인을 한 사이였다. 려소소, 아니 엽석무는 마태로 태어난 담태신을 막으려면 사랑의 힘으로만 만들 수 있는 멸혼정이 필요함을 알게 되고, 담태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알려주면서 그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자신을 희생하며 담태신의 목숨을 구하고 마신의 탄생을 막은 엽석무는 세상을 떠나고, 담태신은 사랑하는 아내 엽석무를 찾기 위해 유명천을 헤맨다. 500년 후, 마신을 막는 데 성공하고 미래를 바꾼 엽석무는 다시 려소소가 되고, 유명천에서 죽기 직전 구조된 담태신은 '창구민'이라는 선문 제자가 되어 재회한다.
하, 이거 시작하기 전에도 망(한)사(랑) 스토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500년 전 담태신과 엽석무, 그보다 오래 전 명야와 상주, 500년 후 창구민과 려소소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사랑하지만 그만큼 끊임없이 의심하고 상처받으면서 결국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이게 정상적인 사랑 이야기냐고요. 담태신과 려소소가 각혈할 때마다 시청자도 같이 상처받았다.
원래 선협극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신선들 이야기 잘 이해못함) <장월신명>은 분장도 진하고 스타일도 너무 화려해서 처음엔 꺼려졌다. 나중에야 담태신! 려소소! 하면서 울게 되었지만, 거기까지 가는데 정말 여러 번 시도하고 접으면서 드라마의 재미를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이걸 다 보고 나서 역시 망사는 내 취향이 아님을, 특히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려는 것에는 마음이 가려다가 만다는 걸 깨달았다. 좀 편안하게 살고 사랑하면 안돼? 둘이 써내려가는 이야기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결국 라운희와 백록이 이전에 함께 찍은 현대로맨스 <반시밀당반시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현대 배경 중국드라마를 보다니! <장월신명>이 큰 일 했다. (관련 감상은 다른 포스트에 게시 예정.)
서브주연으로 나온 배우들에 주목해 보자. 소늠/공야적무 역 등위는 이후 <장상사>의 '도산경' 역으로 새로운 고장극 남신이 되었고, 엽빙상/말녀 역 진도령은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해 왔고 곧 주연을 맡은 작품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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