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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 본문
- 평점
- 6.2 (2022.08.03 개봉)
- 감독
- 한재림
- 출연
-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우미화, 현봉식, 문숙, 설인아, 권한솔, 김보민, 김국희, 임형국, 이열음, 임성재, 이상현, 김학선, 남명렬, 정종열, 김호정, 이현균, 왕종명, 이재은, 이수미, 전정일, 지웅배, 이하은, 박윤희, 서혜윤, 김소운, 옥윤중, 모리스 터너 주니어, 윤민수, 김한상, 황현빈, 변우종, 강준석, 하수호, 김동형
(최초작성 2022.8.3)
영화를 보며 정말 화가 난 건 오랜만이다. “재미없게 봤다”가 아니다. 정말 화가 나고 속상했다. 영화가 공들여 쌓아올린 모든 걸 스스로 무너뜨리는 걸 경악하면서 지켜봤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재난영화에 명작이 되길 요구한 건 아니다. 맛있게 잘 끓인 김치찌개라도 되어 달란 뜻이지. 출연진 화려하고, 연출력 인정받았고, 시기가 시기인지라 흥행 가능성은 높다. 한국영화의 발전한 기술은 서사를 받쳐줄 힘이 있으니, 기본만 하면 되었다. 그 기대대로 기본은 잘 했고, 연기력이 빛나는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다. 근데 그게 딱 2/3 지점까지다. 그때부터는 한국 상공을 떠도는 비행기처럼 영화도 떠돈다.
착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논쟁 - 치료제 있느냐, 효과는 있느냐, 전염되는 거 아니냐, 착륙시키면 안 된다 - 이 하나씩 들어오고 빠지면서 영화가 늘어졌다. 근데 이건 양반이다. 민항기를 격추하려는 타국 전투기가 등장한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왜죠???? 이미 외국과의 갈등이 그려졌는데(미국 영토 착륙 거부) 왜 또? 게다가 착륙 장소를 한국 내에서도 한 번 바꾸는데 거기서도 ??? 될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질질 끌어요?
이것만 아니면 아쉬운 것들을 3박 4일 이야기하지만 영화에 화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전도연을 데려가 이정도만 활용한 점, 송강호를 데려다 딱 요만큼만 연기하게 만든 것 등등은 어쩔 수 없지라며 넘어갔을 것이다. 근데 영화는 너무 많은 욕심에 너무 많은 재료를 한꺼번에 욱여넣고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려 했다가 처절히 실패했다. 비행기만 집중해서 무난한 재난 영화가 되든, 지상만 집중해서 사회 드라마를 만들든 둘 중 하나만 해야 했다. 상업 장르영화 안에 메시지를 담아냄에 있어 관객이 부담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선"을 찾는 게 어려운 건 안다. 그래도 수많은 돈과, 시간과, 재능을 쏟아부어 이렇게 스펙타클하게 실패하진 말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