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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방화, 염무쌍 - ‘25 3월 보고 있는 중국드라마 짧은 감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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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방화, 염무쌍 - ‘25 3월 보고 있는 중국드라마 짧은 감상

The Winter Moon 2025. 3. 31. 02:23

국색방화

고장 로맨스 | 양쯔, 리시엔(이현), 위철명, 장아흠 등 | 32부작 | MOA

낙양 상인 가문 출신의 하유방, 모란은 꽃을 기르고 품종을 개량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어머니를 살릴 약을 구하기 위해 관가 유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지만 남편 유창은 첫날부터 소박을 놓았고 시부모는 하씨 집안의 재산 빼먹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모란은 장안에서 귀한 손님이 온 것을 기회로 삼아 유창과 이혼한다. 시부모가 혼수를 가로채려고 모란을 죽이려 하자, 모란은 스스로 죽음을 위장한 후 장안에 도착한다. 우여곡절 끝에 모란은 자신의 이혼을 도운 화조사 장장양을 다시 만나고, 그의 도움과 투자 덕분에 장안에서 꽃 상인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면서 모란은 황제의 심복이자 작금 최악의 탐관으로 유명한 장장양의 진면목을 알아간다. 장장양 또한 영리하고 수완이 탁월하며 독립적인 모란을 알아가며 호감을 품는다. 하지만 유씨 집안이 장안으로 오면서 모란의 앞날은 꽃길만 펼쳐지진 않는다. 

 
당나라를 배경으로 꽃을 키우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모란(하유방)이 불행한 결혼에서 탈출해 화조사 장장양의 지원 아래 모란, 작약 등 까다로운 꽃을 아름답게 피워내는 꽃 상인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그린 고장 로맨스 드라마. 예산을 꽤 들인 게 보이는 프로덕션 퀄리티, 특히 당조 시대의 화려함을 잘 살린 의상, 분장, 미술과 시대 불문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우정과 성공 스토리로 시청률과 평점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니 시즌 2에 거는 기대가 높을 수밖에. <금수방화>는 빠르면 올해 여름, 늦으면 올해 말 방영 예정이다. 
 
똑똑하고, 끈질기고, 시대가 여성에게 가하는 부당함을 온몸으로 체험한 모란은 장안에서 자신만의 사업을 일으켜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과 연대하고 미래를 일궈나간다. 또한 자신을 후원하는 장장양과는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알아가고 위로하면서 가까워진다. 모란의 성공 스토리만큼 모란과 장장양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도 흥미롭다. <국색방화>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가족이 되길 택하지만 아직은 썸, 또는 쌍방 짝사랑 수준의 감정에만 머무른다. 둘의 관계는 <금수방화>에서 더 깊게 다뤄질 것이다.
 
최근에 여성 주인공이 일도 사랑도 모두 쟁취하는 고장 로맨스 드라마가 많아서, <국색방화> 소개글만 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럴 때 기댈 건 역시 배우. <장상사>로 부동의 원톱 여주로 올라선 양쯔와 <거유풍적지방>, <춘색기정인> 등 현대극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리시엔은 이미 <친애적 열애적>으로 케미를 검증했다. <국색방화>에선 속도는 다르지만 두 인물이 서로에게 정이 들고 사랑을 느끼는 과정이 차분하게 잘 그려진다. 오랜만에 이런 구도에서 사랑에 빠진다는 걸 단번에 이해할 만한 연기와 케미를 확인했다.
 
내가 놀란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모란의 전 남편, 유창 역을 맡은 위철명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서 소박 놨던 전 부인이 막상 떠나니까 다시 쫓아다니고, 첫사랑과 결혼할 수 있게 되었을 땐 싫다고 온몸으로 버티는, 당나라 최악의 하남자를 너무 잘 소화했다. 장아흠 또한 길안현주 이유정을 연기하며 권력의 맛을 알면서 흑화하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한 첫사랑을 놓지 못하는 이중적 모습을 잘 보여준다. 모란과 장장양이 서로 손잡고 행복을 향해 달려간다면, 유창과 이유정은 서로를 놓지 못한 채 지옥으로 걸어들어간다. 이 대비 또한 드라마의 감상 포인트.
 
<국색방화>는 현재 모아 패스트트랙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염무쌍

선협 로맨스 | 당언, 류학의 등 | 36부작 | IQIYI, MOA(예정)

장인들의 신선인 ‘무쌍신녀’ 희담음은 오래전 자신이 만들었으나 인간계로 떨어진 ’신수‘를 회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신수는 유호족의 대제사장 원중의 손에 있는데, 그는 60년 전 평호대전에서 신수의 힘을 사용해 전귀족을 몰살한 바 있다. 담음은 인족 시녀로 위장해 원중에게 접근하여 그를 죽이고 신수를 되찾으려 하지만, 원중이 힘을 봉인당하고 자유를 뺏긴 채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것을 알고 갈등에 빠진다. 결국 담음은 선계 신군들에게서 원중을 변호하며 그의 곁에 있다가 그가 죽은 후 신수를 회수하겠다고 약조한다. 신군들은 담음의 제안을 받아들이되 조건을 건다. 신선이라는 정체나 곁에 있으려는 목적을 드러내선 안 되며, 그에게 마음을 품어선 안 된다는 것. 담음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어떻게든 원중에게 붙어있으려 하지만, 원중은 인족 시녀라기엔 모든 게 기이한 담음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한다.

 
10년 만에 선협드라마에 출연하는 당언과 <화간령>, <춘화염>으로 확실한 주연배우 반열에 오른 류학의가 주연을 맡은 선협 로맨스. 십사랑의 동명 선협 소설이 원작이며, 인간에서 신선이 된 '무쌍신녀' 희담음이 자신이 만든 신물을 회수하기 위해 여우족 제사장 원중을 "따라다니면서" 많은 사건을 함께 겪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주생여고>, <침향여설>, <연화루> 등 굵직한 고장극 히트작을 내놓은 곽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사가 <금의지하>, <유리미인살>, <침향여설> 등을 제작한 환서세기라서, 이 드라마들을 봤다면 익숙한 얼굴이 대거 등장한다. 처음 볼 땐 조금 시간이 흐른 것처럼(...) 보이는 분장과 미술이 낯설지만, 세계관 소개와 캐릭터 빌딩이 끝나면 그때부터 다음이 궁금할 만큼 흥미롭게 전개된다. 
 
공개된 12화까지는 신으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담음이 "작전대상" 원중을 시청자와 함께 알아간다. 잔인하고 악랄한 대사제... 는 아니고, 방외산에 갇혀 학대받는 여우... 라기엔 더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원중. 과거 서사가 풀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그의 면목이 드러나는데, 마냥 선하진 않은데 악하지도 않은, 굉장히 복잡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로 다가온다. 한편 담음은 신계에선 위치가 그다지 높진 않지만 '아닌 건 아니 거다'라며 윗분들을 들이받는 깡과 용기를 지녔다. 원중이 봉인을 풀고 모험을 떠나는 걸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에게 조금씩 감정을 허락한다. 원중 또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옆에 꼭 붙어있으려는 담음에게 조금씩 곁을 내준다. 둘이 정이 들어가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설렘 가득하게 그려진다.
 
주요 배우들의 나이대가 최근 공개된 선협 드라마의 배우들보다 좀 높은 편이라 '중년선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나이와 연륜이 있다는 건 그만큼 믿고 보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뜻. 누가 보면 순진하거나 막무가내 같은 희담음은 당언이 연기하면서 강직하고 주관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원중은 류학의의 섬세한 연기를 만나 보면 볼수록 더 알고 싶은 캐릭터로 보인다. 두 사람이 투닥거리면 정이 드는 과정은 스크루볼 코미디 같은데 과하지 않다. 그러니 앞에선 미소 짓는데 뒤에선 서로를 이상하다고 말하는 걸 볼 때마다 빵빵 터질 수밖에. 앞으로 둘이 사랑에 빠지면서 보여줄 피 땀 눈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염무쌍>은 현재 아이치이에서 서비스 중이며, 한국 방영권은 MOA에서 확보했다.